2026/10/24 4

침범 (두 편의 영화, 네 배우, 심리 스릴러)

영화관에서 나오는 길에 말이 없어지는 영화가 있습니다. 〈침범〉이 그랬습니다. 7살 아이가 가족을 위협하는 전반부부터, 죽은 사람의 신분을 훔쳐 살아가는 가짜 박혜영의 후반부까지 — 보는 내내 어느 쪽이 더 무서운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멍했고, 그 무게가 꽤 오래 남았습니다.두 편의 영화처럼 나뉜 구성, 그 안에서 길을 잃다친한 친구가 "스릴러 좋아하면 이거 봐"라고 해서 별 정보 없이 들어갔습니다. 처음 20분은 예상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선천적 사이코패스(Psychopathy) — 공감 능력이 선천적으로 결핍된 상태, 죄책감 없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성향을 말합니다 — 인 7살 소연을 키우는 엄마 영은의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 분위기가 공포 영화라기보다 처절한 가족 드라마..

리뷰박스 2026.10.24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 (추리, 타이밍, 성장)

열 살 딸이 던진 "아빠, 나 어떻게 태어났어?"라는 질문 하나가 한 남자의 연애사 전체를 뒤흔든다. 영화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를 처음 틀었을 때, 저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보고 나니 예상과 꽤 달랐습니다. 추리의 재미, 어긋나는 타이밍, 그리고 아빠와 딸 사이의 온기가 한 편 안에 다 들어있는 영화였습니다.'엄마는 누구일까' — 관객을 끌어당기는 추리의 재미이 영화가 다른 로맨스 영화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내러티브 구조에 있습니다. 여기서 내러티브 구조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말하는데, 이 작품은 액자식 구성을 택합니다. 쉽게 말해 아빠 윌이 딸 마야에게 과거 연애담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관객은 자연스럽게 마야와 같은 자리에 앉게 됩니다.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

리뷰박스 2026.10.24

더 랍스터 (세계관, 풍자, 엔딩해석)

사랑을 못 찾으면 동물이 되는 세상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갈 무렵, 어느 순간부터 '이게 우리 이야기 아닌가' 싶어서 웃음이 뚝 멈췄습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2015년작 〈더 랍스터〉는 커플 강제 시스템이라는 극단적 설정 위에 사랑과 사회 규범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얹은 작품입니다. 블랙 코미디(Black Comedy) 장르 특유의 냉소적 유머와 철저히 절제된 미장센이 결합한 결과, 보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멈출 수 없는 묘한 영화입니다.극단적 세계관이 폭로하는 것〈더 랍스터〉의 설정은 단순합니다. 솔로가 되면 호텔에 수용되고,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해 숲에 방사됩니다. 주인공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랍스터가 되고 싶다고 말합..

리뷰박스 2026.10.24

프렌치 수프 (영화 감상, 트란 안 훙, 성숙한 사랑)

솔직히 처음엔 요리 영화라는 말에 큰 기대 없이 앉았습니다. 그런데 극장을 나오면서 제가 중얼거린 말이 "저 혼자 보기 아깝다"였습니다. 트란 안 훙 감독의 〈프렌치 수프〉는 사건도, 갈등도 거의 없습니다. 대신 부엌에서 태어나는 소리와 빛과 냄새가 스크린을 가득 채웁니다. 그게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움직이더라고요.요리 장면이 전부인 영화, 그런데 왜 눈을 뗄 수 없었나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는데, 초반 수십 분은 거의 대사 없이 주방 시퀀스(sequence)만 이어집니다. 시퀀스란 하나의 장면 흐름으로 묶인 연속된 쇼트들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칼질, 불 조절, 접시에 음식을 담는 동작이 마치 한 편의 독립된 단편처럼 구성됩니다. 처음에는 "이게 다야?" 싶었는데, 어느 순간 제가 화면에서 눈을 못 떼고 ..

리뷰박스 2026.10.24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